저번에 이어서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책에 대한 알게 된 점과 느낀 점을 최대한 뽑아내서 적어보겠습니다.
소비 자본주의의 늪
우리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가들이 만들어 놓은 생산품을 소비합니다. 사실은 굳이 필요없는 걸 구매하면서 살 수도 있습니다. 관성이 붙으면 어쩔수 없이 달리는 것처럼 자본주의가 폭주 기관차처럼 달려가는 동안 우리도 덩달아서 같이 뛰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돈 버는 것과 소비하는 것을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체제는 무너질 테니까요.
책에서는 아기가 태어나고 한 살 반 정도가 되면 적어도 백개의 브랜드를 기억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억한다고 하기보다는 인지할 수 있다는 편이 맞겠네요. 약간 충격을 받기도 했고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몸도 못 움직여서 발버둥 치던 아기가 어떻게 그 많은 것들을 인식할 수 있는지, 뜬금없지만 아기의 신비한 능력에 다시 한번 감탄했습니다.(나도 아기였었는데 왜 그런 능력이 없어졌는지...)
또 다르게 보자면 자본주의의 삶에 이제 세상에 갓 나온 아기가 살아가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적응해가는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저희 아이도 마트 하면 특정 마트를 얘기하기도 하고 장난감 브랜드를 말하면서 사달라고 조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생산물의 브랜드 이미지화가 이미 머릿속에는 강하게 각인되었다고 봐야겠지요. 이것을 길들여졌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는 약간은 슬픈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나의 소비 성향은 내가 만들어 온 것일까요?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일까요? 물론 자본주의 사회에서 소비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소비를 통해서 우리들도 결국엔 자본주의에 꼭 가지고 있어야 할 도구인 '돈'을 벌게 되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소비가 나의 의지에 의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빛과 소비와 투자를 권유하는 사회
자본주의 사회는 왜 이렇게 무엇이든 권하는 사회가 되었을까요?
멈추면 자본주의 체제는 붕괴하기 시작합니다. 잉여 생산물이 끊임없이 나오고 '이자'라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누군가에게는 빚이 권장되어야 합니다. 또한 투자도 권유되어야 하는 것이죠. 여기에서 우리는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나는 빚도 안 지고 소비도 안 하고 살 거야!!"
라고 한다면 공산주의 국가로 가야 할지도 모르겠지요. 하지만 자본주의나 공산주의는 통제당하는 것은 매한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체제에서 약간은 좀 더 자유롭기 위해서는 자본주의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합니다. 쓰더라도 그 이면을 알고 쓰고 지더라도 알고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케팅에 의해 지배되는 무의식
마케터들이 하는 일은 무얼까요? 제품과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홍보하여 그것을 취하도록 만드는 것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이것을 '사야 해'라는 당위성을 갖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근본적으로 마케팅은 인간의 무의식을 건드리는 행위입니다.
의식이라는 것도 있죠. 하지만 의식이 먼저 마케팅이라는 것을 알아챈다면 합리적 선택에 의해서 그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할지 말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한마디로 설득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진다는 얘기입니다. 그렇기에 마케터는 사람들의 무의식을 우선 타격하는 방법을 쓰게 됩니다.
의식과 무의식은 어떤 관계일까요? 둘은 가끔 서로 견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상황은 잠깐이고 대부분은 친한 관계입니다. 우리가 쇼핑을 할 때 굳이 필요가 없는 물건이라도 무의식이 마케터의 현란한 솜씨에 감탄하며 술술 넘어가면 의식은 못 이기는 척 넘어가 줍니다.
하지만 의식도 자존심은 있습니다. 명분이 없는 행위는 하지 않습니다.(자신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존재라고 자부는 것이죠) 그럼 '의식'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의식이 잘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건 바로 자신을 그럴싸하게 설득하는 과정인 '자기 합리화'를 잘 꾸며낸다는 겁니다.
이로 인해서 이성적으로 사야 해서 사는 것이 아닌 감성적으로 사야 한다고 하길래 사야 하는 상황을 납득시키는 과정이 생기게 되고 우리는 그 상품을 집어 들게 되는 것입니다.
'과'소비
과소비를 하게 되는 이유 중에 책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부분이 사람의 공허한 마음, 채워지지 못한 욕구, 상실된 마음의 공간을 다시 채우려는 대안으로 즉시 실행 가능하고,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 없는 부분인 '소비'가 그것을 채워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건 자존감의 문제도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그것을 의식적으로 인식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자신은 합리적 소비를 하고 있다고 우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은 이성적 뇌가 합리적인 이유를 만들고 있는 것이지요. 사람은 그래서 명분을 중요시 여기게 되고 우리 사회도 명분을 따르고 만들면서 구성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마음의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이것이 물질적인 것이 아닌 사회적 인간관계, 개인 취미, 여가, 사회 활동 등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다면 소비에 있어서 건전해질 수도 있는 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과소비는 자신의 소득에 비해 과하게 돈을 낭비하는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겁니다. 소득이 많은 사람이 그에 맞게 상대적으로 많이 쓴다는 것은 '적절한 소비'가 될 수 있고 현재 말하고 있는 문제와는 관련이 되지 않습니다.
많은 것을 소유하면 행복할까?
경제적으로 든든해서 갖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가질 수 있다면 초반에는 정신적인 행복과 물질적인 행복이 같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과는 이미 아시다시피 뻔하지 않을까요? 행복도에 관여하는 것 중에는 '기억'이 있습니다. 행복하려면 좋았던 기억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물건이 '기억'으로 남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첫 장난감을 샀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어서 당신의 행복도에 현재도 기여하고 있습니까? 그럼 당신이 첫 여행을 가서 재밌게 보냈던 시간(기억)들은 어떠합니까? 처음으로 내 돈 주고 뭘 샀는지는 저는 기억나지 않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행복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도 그 기억 때문에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내가 뭘 했느냐지 뭘 샀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본주의란 소비의 과학과 인간의 나약함이 만나는 것입니다."
- 파코 언더힐 인바이로셀 CEO -
"소비란 나의 마음에 난 구멍을 금방 터져 사라질 거품으로 채워놓는 행위이다."
- 새벽 3시 -
아담 스미스의 경제 이론을 자신들 입맛에 맞게 끼워 맞춘 기득권층
사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은 'Wealth of nation'이 아닌 국가와 모두가 잘 사는 국가를 이룩하길 원한 것이 핵심입니다. 소수가 부를 전부 차지하는 비도덕적 상황을 스미스는 아담 스미스는 원한 게 아닙니다. 원래 도덕론을 공부한 그에게 사회적 인식의 한계를 넘어서는 부의 집중화는 억제해야 하는 것으로 봤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경제 제재를 조금만 가해도 아담 스미스를 들먹이며 모든 경제적 통제를 풀라고 하는 가진 자들이 많습니다. 이유는 결국엔 자신들이 그 통제권(부)을 차지하기 위한 것입니다.
아담 스미스나 칼 마르크스처럼 위대한 사상가들은 자신들만의 사상을 가졌었습니다. 하지만 그 사상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녔습니다. 이미 타사상가에 의해 익히 알려진 것들을 조합하거나 하나를 덧붙여서 본인만의 사상을 만든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스미스, 마르크스의 시작은 '인간' 이었습니다. 인간을 위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한 것이 이토록 위대한 일들을 이룩한 것입니다.
그 후에 그들의 사상들을 이용해서 사고를 친 건 다른 인간들이었습니다. 그들은 '인간'에서부터 시작한 마음이 아니었을 겁니다. '물질'에서부터 시작한 것이었겠죠.
마르크스의 '공산단 선언'도 아담 스미스가 말한 것들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자본주의로 바꿔버린 부유층들이, 처음 스미스가 '노동자를 위한'것이었던 걸 '자신들만 위한 것'으로 바꾼 것에 대한 분노의 대안으로 세상에 내놓은 것이지만, 결국에 사람이 그것을 이용해 인간사에서 가장 처절한 전쟁들이 펼쳐진 게 아닐까 하고 생각합니다. 결국에는 힘없는 보통 사람들이 피해를 입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인간의 역사가 그렇지만 이제는 다른 세상이 찾아왔으면 하는 큰 바람도 가져봅니다.
책을 덮고 나에게 남은 질문
과연 누구를 위한 자본주의인가? 자본가, 은행, 정부 등 소수가 아닌 99%의 다수를 위한 자본주의로 가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지고 앞으로 여러 책들을 읽어나갈 생각을 가지고 있는 새벽 3시였습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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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 에서 발췌하여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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