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과 메모에 의지해서 써나가는 것이라 사실 관계의 오류 또는 주관적 관점이 간혹 들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쓰다가 흥분해서 마구 쓸 때가 있...)
저는 독서의 이유는 나만의 생각과 새로운 신념을 가질 수 있다는 관점에 중점을 두고 보고 있습니다.
책을 읽은 후 내용을 써보고 다시 자료를 찾아보고 피드백을 받으며 좀 더 나은 독서 생활을 하고 싶어서 이렇게 책에 대한 글을 남겨봅니다. 혹시라도 이 긴 글을 읽어주시는 단 한분이라도 계실지 모르다는 생각에 열심히 포스팅해보겠습니다.
굳이 미국 얘기를 하려고 포스팅을 하는 건 아닙니다. 이번에 본 책 제목이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입니다. 책을 보고 얻은 것들을 정리해보려 했습니다. "시작을 뭘로 해야 할까?" 하면서 메모 해놨던 책의 내용들을 훑어봤습니다. 책의 제목을 바꿔도 될 거 같더군요. '미국은 석유를 이용해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라고요.
시대마다 패권 국가는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우리가 태어나고 살아가는 동안에는 미국이 대부분의 면에서 세계 최강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보여집니다. 그중에서도 현대 인류가 살아가면서 절대적으로 없어서는 안 되는, 없다면 문명의 퇴화를 겪을 수밖에 없는 에너지, 특히 석유에 관련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이번 포스트의 주 내용은 석유이지 미국이 아닙니다.
석유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지역, 석유를 통해서 부국이 된 나라들, 석유가 없으면 극단적인 표현으로 "망할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이 되는 국가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어본다면 어디가 생각나시나요? 중동. 바로 중동 지역이 지구라는 별에서 현재로서는 가장 많은 석유 매장량을 가지고 있는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구가 가지고 있는 양의 60%이상을 얄밉게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빈익빈 부익부라는 것이 여기에도 적용이 되는 건가요.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는 참 부러울 뿐입니다. 석유가 나더라도 어차피 제 석유는 아니겠지만요) 현재를 알려면 과거를 알아야 한다고 합니다. 과거의 석유는 현재의 석유와 다를 것이 없지만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이해관계는 끊임없이 변합니다.
재밌는 영화를 한편 보는 것 같은 책 한권 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굳이 주인공을 찾아보자면 제 생각에는 3그룹이 있었다고 봅니다. 유럽, 냉전 시대의 소련과 미국(소련은 그다지 자주 등장하지 않지만 회사에 회장님은 자주 보이지는 않지만 압박감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 중동 이렇게 세 개의 묶음 단체들이 서로 줬다, 뺐었다, 겁주고, 도망가고, 친구 했다가 적이 됐다 하면서 이야기를 써나가게 됩니다. 책의 주제가 '석유'인 만큼 석유는 메인이죠.
1900년대 초만 해도 중동하고는 레벨이 맞지 않았던 미국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그 당시에는 아직 중동이 석유를 시추하고 개발, 유통하는 단계 하고는 거리가 멀었거든요. 기술력도 문제였지요. 하지만 미국은 상당한 기술력과 1850년대를 시작으로 최초로 석유를 시추하는데 성공하고 그 이후로 꾸준한 석유에 대한 개발과 투자로 이미 충분히 자급자족과 수출까지 하는 위치에 있었습니다.
그랬으니 미국이 굳이 중동까지 가서 아쉬운 소리 할 필요가 없었지요. 하지만 아쉽다보니 방법을 찾던 유럽의 대영제국은 달랐습니다. 영국의 처칠이 자국의 해군 함대를 석유를 사용하는 엔진 체계로 전면 교체를 추진하고 당시의 산업화를 이끌던 영국에게는 석유라는 에너지원은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자원이었던 셈이죠.
미국 : "우리도 원래 관심 있었어!!"
석유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영국은 중동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야금야금 중동의 석유를 독차지 하려는 속셈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호락호락하게 당하고 있을 미국이 아니었나 봅니다. 미국도 석유의 공급보다 수요가 더 필요해짐을 체감하고 있었던 거죠.
중동의 석유 매장량과 그 질(quality)에 있어서 엄청난 가능성을 본 그들은 영국과 땅따먹기..아니 석유 나눠 먹기(남의 땅에서)를 합니다. 비록 중동의 필요성을 영국이 먼저 인지하고 선점했지만 미국의 힘(소련 견제력)과 석유 초기 개발에 대한 자본이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이죠.(역시 이해관계는 적도 동지로 동생도 형으로 대접하게 만듭니다)
결국 페르시아(이란)의 석유는 영국이, 사우디는 미국이, 이라크와 쿠웨이트는 공동으로 석유에 대한 개발과 지분을 가져가게 됩니다. 완전 깡패가 아닐 수 없네요. 남의 나라의 자원을 힘이 있고 기술이 있다는 이유로 이렇게 맘대로 가져가고 당사자인 국가들은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는 마음이 느껴집니다.
너네 석유는 맞지만 우리 것이다? (feat.강대국 깡패)
자존심 강한 중동 국가들이 미국과 영국의 자국내 석유회사들을 국유화시키게 되지만요. 그러나 국유화는 한참 걸리게 됩니다. 도중에 이란이 미국을 '악의 축' 처럼 생각하게 만드는 일도 벌어집니다. 1950년대에 무함마드 모사데크라는 당시 이란의 수상은 자국 내의 영국과 이란의 합작(영국 말로는 함께) 회사인 앵글로-이란 석유회사를 국유화시키려는 움직임 보입니다.
영국의 미국과 함께 '아작스 작전'이라는 그럴싸해 보이는 이름하에 영국M16과 미국의 CIA합동 작전으로 모사데크를 이란에서 축출해 버립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정권을 이란에 뿌리내리게 만듭니다. 이렇듯 자신들의 이권에 대해서 방해하는 세력이 있다면 자국이고 타국이고간에 무참하게 짓밟아버리는 강대국의 모습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 게 없어 보입니다.
미국의 최대 석유회사였던 존 데이비슨 록펠러의 '스탠더드 오일'과 더불러 세계에는 세븐 시스터즈라는 7개의 석유회사가 있었습니다. 지구상의 대부분의 석유 개발과 유통 시장을 차지하고 있었죠. 이 회사들은 대부분이 미국 회사이고 영국도 있었습니다.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은 자신들만의 제국을 만들어 놓았던 셈이죠.
하지만 이 철야성을 엄청난 기동력을 가지고 깨면서 달려오던 이탈리아의 '엔리코 마테이'라는 다크 호스는 1953년 'Eni'라는 회사를 세우고 러시아의 가스관을 유럽까지 끌고오면서 세븐 시스터즈의 아성을 깨려는 찰나 의문의 비행기 사고로 회사도 같이 운명을 다합니다. 의문입니다. 의문.
또한 중동에서 일어나는 전쟁에는 항상 강대국이 개입되어 있습니다. 아니 부추기고 이미 성이 날대로 나있는 사람들을 이간질을 시키며 무기까지 쥐어주는(그냥 주는 것도 아닙니다. 돈 받고 팝니다) 친절함을 보여줍니다. 왜일까요? 예를 들어 3차 중동 전쟁 같은 경우에 대해서 말해 보겠습니다. 아랍인과 이슬람교의 아랍국가(시리아, 이라크, 사우디 등)와 유대인과 유대교의 이스라엘은 오랜 시간동안 앙숙 관계와도 같았습니다.
이런 관계를 이용해서 중동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더욱더 견고히 하려고 했던 게 미국과 영국 등의 깡..아니 서방의 강대국들이었습니다. 사실 영토의 크기만 따지면 이스라엘은 주변의 아랍국들에 비해서 보잘것없죠. 오히려 큰 형들한테 둘러 쌓여서 몰매를 맞아도 아무도 말릴 수도 없는 처지입니다. 근데 3차 중동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주변 형들(배 다른 형제)을 외국인 형을 데리고 와서 패버립니다.
이 외국인 형은 엄청나게 좋은 무기도 주고 어떻게 이길 수 있을지 전략도 같이 짜줍니다. 참 좋은 형입니다. 이 인상 좋게 생긴 키 큰 형은 명목상으로 옆 동네의 평화를 위해서 말리러 왔다지만 딱 중간 정도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아랍과 이스라엘의 비등비등한 관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돈도 좀 벌고 얻을 것도 좀 얻고)
중동이 아랍 친구들 독무대가 된다면 친구들끼리 단합해서 석유를 국유화시키려는 조짐도 있고 해서 장비빨과 좋은 전략과 정보들을 이스라엘에 제공하여 자신들의 석유 이권을 지킨 것이지요.
영원한 건 없다. 내놔라!!
70년대부터는 이제 좀 세상 돌아가는 사정과 석유가 가진 강력함(미국의 약점이 될 수도 있는)을 알게 된, 아니 사실은 알고 있었던 중동의 국가들은 더욱더 강력하게 석유회사의 국유화에 돌입하게 됩니다. OPEC과 같은 자신들만의 석유 가격 조정이 가능한 국가 간 단체를 만듭니다.
처음에는 석유 가격을 조정해도 석유가 꼭 중동만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세계 각지의 산유국들이 OPEC에 가입되어 있던 것도 아니기에 별로 효용이 없었습니다. 그만큼 OPEC은 힘이 없었지요. 그렇지만 세계의 경제가 멈출 수 없는 급속한 상승기에 접어들면서부터 석유를 필요로 하는 곳에서 아우성이 들려옵니다. 특히 미국에서는 자급자족이 힘들 지경이었지요.
믿을 건 중동이고 이때의 기회를 놓치지 않은 중동은 '석유의 무기화'에 박차를 가하게 됩니다. 특히나 석유를 필요로 하는 미국과 영국은 중동 지역에 세워 놓았던 석유 회사들에 대한 지분을 점점 뺏기게 됩니다. 이제 OPEC의 석유 가격 조정은 국제적으로도 힘을 받게 되었고 제1차 오일 쇼크가 오게 됩니다. 제4차 중동 전쟁이 이때 일어났기 때문이기도 했죠.
3차 중동 전쟁 때와는 달리 석유로 미국을 협박할 수 있었던 아랍국들은 이제는 미국이 쉽사리 이스라엘을 도와줄 수 없다는 확신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미국도 갈등을 하게 되었죠. "이스라엘을 도와야 하는데 석유도 필요해!!" 이러한 입장이었죠. 그러나 미국이 또 명분을 찾아냅니다. 소련이 그때 아랍을 도와주는 걸 보고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계시하게 됩니다.
여기서 드디어 중동은 석유를 핵과도 같은 강력한 무기로 이용할 수가 있다는 확인을 하게 됩니다. 후에 이것을 이용해 제2차 오일쇼크가 일어나게 됩니다. 이제는 산유국들은 돈 버는 일밖에는 남지 않았습니다. 세계 석유의 수요가 점점 늘었기 때문이죠. 이때 넘쳐나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는 중동의 국가들 덕분에 우리나라도 기반 시설이나 선박의 건설, 제조 수주를 받아서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기도 했죠.
이미 미국 아이템에 중독돼버린 중동 산유국들
미국이 석유를 점점 더 많이 비싸게 받아오게는 됐지만 부유해진 산유국들이 일은 할 필요 없고 시간은 많이 남아돌았는지 점차 싸움을 자주 하게 됩니다. 익히 미국의 매력적인 무기들에 대해 중독되버린 중동 국가들은 석유로 벌어들인 돈을 미국에서 무기를 사들이는데 쓰게 됩니다.
돈은 돌고 돈다고 하죠? 미국이 돈을 다시 거둬들이는 꼴입니다. 뭐 이건 서로 WIN-WIN 하는 거죠. 점점 경제 대국이 되어가는 미국과 점점 피 터지게 싸워가는 석유 부자 나라들의 시대가 도래하게 된 겁니다.
중동 내 유가 인상론과 유지론의 대립
"석기시대는 돌이 부족해져서 끝난 것이 아니다. 석유시대는 석유가 고갈되기 전에 끝날 것이다."
- 셰이크 아흐메드 자키 야마니 -
이제 석유의 무기(협박)화가 가능하다는 인식을 산유국들은 갖게 됩니다. 자연히 OPEC 내에서도 유가를 인상하자는 인상론이 대두되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 사우디의 석유 장관을 맡고 있던 야마니가 물량 조절을 통해서 세계 경제의 안정화를 먼저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타 산유국들 입장에서 보기에는 세계 평화를 위해서 헌신하는 것도 아니고 참 어이가 없는 말일 수도 있죠. 하지만 야마니는 인간의 시장 논리는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는 것을 중요하게 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야마니의 우려는 나중일이고 이 당시에는 국제 정세가 좋지 않았습니다. 기축 통화로 쓰여야 했기에 달러를 사람들이 믿을 수 있는 통화로 만들어야 했던 미국의 입장에서 달러를 이 나라 저 나라로 결제 수단으로써 그 입지를 다져가고 있을 때쯤, 이란에서 오일머니를 일부 계층이 독차지하고 타락한 경제에 대해서 '이란의 혁명'이 일어나게 됩니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중동의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게 되고 사우디와 이란이 점점 석유의 생산량을 감산하기 시작하면서 제2차 석유 파동이 일어나게 되고 세계 경제는 불황의 늪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이것과 동시에 기축 통화인 달러의 위상도 약간은 꺾이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80년대 전까지의 중동내 산유국들과 세계 열강(거의 미국)간의 석유를 둘러싼 눈치 게임의 판도의 변화에 대해서 얘기했습니다. 다음 두번째 이야기에서 80년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석유에 대한 책의 얘기는 '두번째 이야기'에서 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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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 '석유는 어떻게 세계를 지배하는가' 에서 발췌하여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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