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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of Think

나는 언제부터 넘어지는걸 두려워했을까?(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 밀란 쿤데라)

by DaybreakerForWhat 2019. 6. 15.

 안녕하세요. 새벽 3시의 DBFW입니다. 

저는 사실 소설책을 잘 보지 않습니다. 아니 잘 안 보는 게 아니고 안 봅니다. 근데 얼마 전 자주 이용하던 책 구매 사이트에 들어가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었는데요. 표지가 눈에 띄는 책이 하나 있어서 클릭해서 들어가 봤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한 번씩은 들어보셨을 듯한 제목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이라는 책을 이번에 국내 출간 30주년 기념 특별판이라고 개정판으로 나왔더라고요.

여기서 저는 단순히 표지만 마음에 들어서 들어갔던 것뿐인데... 사버렸습니다. 충동구매네요.(마케팅 성공 축하한다)

책의 소개를 읽어 내려가던 중에 이번에 리뉴얼돼서 출간한 책의 표지는 이 책의 작가 밀란 쿤데라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를 바탕으로 디자인을 해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몇 개의 선과 점을 가지고 개(dog)를 그린 것 같은데 디자인이 굉장히 심플하면서도 친근감 있고 약간 코믹스러운 분위기도 있어서 저는 끌렸나 봅니다.

Source :  Freepik.com

 근데 표지와는 다르게 소설이라는 장르가 전혀 저한테는 친근하지 않더라고요. 아직도 책을 보고 있습니다만 저에게는 쉽지가 않아서 잘 읽히지는 않고 있네요. 그래서 하루에 몇 장씩 천천히 보고 있습니다.(철학적 얘기는 전혀 철학적이지 않는 저에게는 도전입니다!)

근데 왜 잘 알지도 못하는 이 책에 대해서 포스팅을 하느냐 말씀드리자면, 사실은 책의 내용이 포스팅의 목적이 아닙니다. 저는 책을 보다가 저에게 의미 있는 문장을 보면 거기에 대해서 노트에 적어봅니다. 근데 적어놓은 것들이 저에게는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남겨놓은 흔적이지만 혹시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 책에 대해서 리뷰해온 게 오늘도 새벽에 일어나서 이러고 있습니다.

1990년에 출간되었던 구판(디자인이 정말 참을수 없습니다)

 책의 내용이야 워낙 오래된 유명한 도서이기도 하고 여기저기 강의도 많고 그 의미를 해석한 사이트들도 많아서 굳이 제가 책의 내용을 적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의 인생은 도전과 실패라는 잘 다져놓은 벽돌 위에 차곡차곡 올라가고 있는 중이라는 것 


입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바로 뒤에 나오는 책 속의 등장인물의 상황에서 설명하겠습니다.


 책의 등장인물 중에서 사비나 라는 제가 보기에는 쿨한 삶을 살고 있는 한 여성 화가가 있습니다. 사비나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마치 저한테 한방을 날리는 듯이)


"비의도적 아름다움...(생략)...실수에 의한 아름다움이라고..."

실수로 붉은 물감이 흘러내렸던 그림, 그녀의 작품들은 실수의 아름다움 위에 구축된 것이고...


책의 흐름과는 조금 다른 의미일 수도 있지만 책을 보는 저의 입장에서는 제가 받아들인 의미가 가장 중요하기에 이 글을 보고 해석되었던 느낌은 무엇이었을까요?

문장에서 실수라고 표현되었지만 저는 '실패'라는 단어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봅니다. 

나는 살면서 얼마나 많은 실수 혹은 실패를 할까요? 우리의 삶에서는 실수와 실패는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 가 아닐까요?

당나라 때 헌종이 싸움에서 패하고 돌아온 장수에게 했던 '승패병가지상사(勝敗兵家之常事)' 처럼 우리 인생의 삶에서도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면 울 때가 있는 것이며, 행복할 때가 있다면 불행하다고 느낄 때도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사실은 제가) 좋아하는 돈을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동전이나 지폐는 앞면과 뒷면이 있지요? 돈을 떨어뜨리거나 던져서 잡아보죠.

바닥에 떨어지거나 손을 펴서 돈을 바라보면 그것이 우리에게 보이는 면은 앞면 아니면 뒷면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자신이 생각했던 면이 안 나왔다고 해서 우리에게 가치가 있던 '' 이 아닐까요?

이번엔 내가 어떤 어려운 일에 처하거나 외로이 싸워야 하는 도전의 상황에 직면했다고 해보죠. 우리는 어떻게든 이 시간을 싸우든, 포기하든, 도중에 지치든 간에 지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 후에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가 나오겠죠? 그런데 성공하면 그게 이고 실패하면 가 아닌 것인가요? 실패했다고 해서 나의 순수한 가치가 없어지는 것일까요?

실패도 성공도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입니다.

이길수도 질수도

이겼다고 기뻐하고 졌다고 슬퍼할 필요가 없다는 말입니다. 그렇게 모든 일에 '일희일비(一喜一悲)' 하면 자신이 굉장히 힘들어집니다. 나의 가치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거지요. 사실은 의 가치는 변한 게 없습니다. 과정이 있을 뿐이고 거기서 얻는 것들이 있을 뿐이라는 겁니다.

좋을 때는 정말 하늘을 날아갈 것처럼 좋다가도 슬플 때는 땅에 구멍이라도 파고 지구의 핵까지 도달하고 싶은 마음과 같이 감정의 스펙트럼이 외부의 효과에 의해서 들쭉날쭉이라면 무슨 일에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릴 뿐입니다.

격하게 표현하고자 한다면 내가 나 자신을 적절히 통제와 조절을 하는 것이 아닌 외부의 영향이 나를 '가지고 논다' 라고 할 수 있는 겁니다.

누군지 몰라도 이제 그만 나를 놔줘라!!

 사비나는 '실수에 의한 아름다움' 이라고 말합니다. 실수 또한 나의 자산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실수하면 굉장히 부정적인 이미지, 나에게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만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실수한 것과 실패한 것들 자체가 당장에 나에게 긍정적 의미로 다가온다는 말은 아닙니다.

실수와 실패는 결국엔 나의 경험치로 쌓이는 것이지요. 경험치가 쌓여야 레벨이 오르는데 레벨은 올리고 싶은데 경험치는 쌓기도 힘들고 쌓는 중간에 좌절하고 마는 경우가 생깁니다.

'경험'이라는 것이 내가 겪어야 생기는 것이지 돈 주고 어디서 구입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실수와 실패도 결국에는 나의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성공만 하며 사는 이가 얼마나 되겠습니까? 예를 하나 들자면 저의 아들(30개월)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하루하루가 도전이고 실패고 성공입니다.

 

제 아들은 달리는 걸 좋아합니다. 어쩔 때 보면 아들의 내면에서 누군가가 강제로 시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달리고 또 달립니다. 밖에만 풀어놓으면 바로 뜁니다. 그 뒷모습이 항상 불안불안만 했습니다.

불안해 보이는 이유는 저의 아들이 아직 이 세상에서 부여받은 몸에 대해서 사용법을 정확하게 습득하지는 못했다는 얘기 일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자기 몸 사용설명서를 다 읽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는 거겠죠.

달리다가 엄청 넘어집니다. 그리고 다시 일어나고 간혹 가다가 크게 넘어져서 팔꿈치에서 피가 난 적도 있습니다. 그때 제 아들은 어떻게 하냐면 한번 크게 울면 그만이더라고요. 잠시 후에 그는 다시 달립니다.

그..그만 달려 아들...

 기억이 나지는 않겠지만 우리는 모두 어렸을 때 이렇지 않았을까요? 지금 우리가 걷는 것 아침마다 학교나 회사에 늦지 않으려고 뛰는 것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지만 우리는 이 능력을 만들기 위해 수없이 많은 도전과 실패를 겪었을 것입니다. 그러고 성공했으니 지금의 달리기 능력을 가질 수 있었겠지요. 

 근데 언제부터 우리는 이러한 도전과 실패, 시도, 성공의 경험치를 쌓는 사이클을 잊고 살아가게 된 걸까요?

 

최근에 <글래스 Glass>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주인공 3명이 능력자입니다. 그냥 엄친아 이런 거 말고 정말로 신기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신 마블 캐릭터와 같이 초비현실적인 능력(비행, 염력, 시간여행, 초능력 등)이라기보다는 일반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들이지만 정도에 있어서 조금 더 강력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주인공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라는 게 뇌 사용의 극대화, 극한의 신체 근육 능력 발휘, 상대가 행했던 일들을 느낀다던지 등의 이것들도 비현실적이라고 하면 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가 몸과 뇌는 가지고 있고 오감이라는 감각은 항상 느끼고 있겠죠? 그렇다고 아무리 그것들을 최대한으로 끌어내 봐야 하늘을 인간이 날 수 있는 일은 없을 거 같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를 스포 할 수는 없지만 여기서 주인공들은 타인(인간들)에 의해서 통제 당하게 됩니다. 특정 장소에 갇혀서 서 그들이 말하기로는 일명 정신치료를 받는다고 하죠.

근데 제가 이 영화에서 느낀 점은 누구나 자신만의 특별한 무언가를 가지고 있으며 조금만 특별하고 남보다 뛰어나다는 것에 대한 집단적 통제를 한다는 것입니다.

다수를 위한 소수의 억압과 강제 치료, 세뇌를 통해서 본인들의 진정한 욕구와 욕망은 철저히 무시되는 우리 세상의 이야기를 히어로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하는 상반되는 스토리를 통해 다양성을 잃어가는 모습과 깨끗하고 정형화되는 마치 네모 반듯한 모양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것처럼 저에게는 느껴졌습니다. 

난 진짜 나만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니까!!

 제가 이런 경험을 이 글에 섞어 넣었다고 해서 꼭 "우리가 도전과 실패의 경험을 회피하게 된 계기는 사회 때문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사회라는 행위자가 나 자신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혹시 나 자신이 나를 통제하고 난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그런 시도는 하지도 말라고 속삭이는 목소리가 존재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에서 처럼 끝없는 사회(또는 )의 압박이 있지만 자기 확신을 가지고 끝없이 시도해보고 경험치를 쌓아가는 모습에서 외부에서 어떻게 나를 만들려고 하든지 간에

나 자신이 의지를 가지고 어떤 방법으로든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어렸을 때의 우리의 모습으로 돌아가서 다시 도전과 실패, 재도전, 성공을 거듭하는 현재의 삶을 살아갔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포스팅해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언젠가 책에서 봤던 문구가 생각나네요. 다시 한번 이 글을 보는 분들과 함께 되새기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유와 공감은 항상 저에게도 다른 이에게도 힘이 될 수 있습니다!!


처음에 아이는 한계도 모르고, 포기도 모르고, 목표도 없이, 그토록 생각 없이 즐거워한다. 그러다가 돌연 교실이라는 경계와 감금과 공포에 맞닥트리고 유혹과 깊은 상실감에 빠진다.

-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상상의 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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