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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of Think

정약용의 책 읽는 5단계 《초서독서법-김병완》('읽기'라 쓰고 '쓰기'라 읽는다)

by DaybreakerForWhat 2019. 6. 29.


"독서에는 세 가지가 있는데, 입으로 읽고, 눈으로 읽고, 손으로 읽는 독서다.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손으로 읽는 독서 '초서'다."


 정약용은 아시다시피 18년동안의 유배 생활동안 500여권의 저작을 했던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인물중의 하나입니다. 또 정약용이 이렇게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던 기본중에 하나가 바로 '초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산의 <두 아들에게 답함>이란 편지에 초서 독서법의 효과와 방법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있습니다.


먼저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 후 그 생각을 기준으로 취할 것은 취하고 버릴것은 버려야 취사선택이 가능하다. 어느 정도 자신의 견해가 성립된 후에 선택하고 싶은 문장과 견해는 뽑아서 따로 필기해 간추려놓아야 한다. 그런 식으로 책 한 권을 읽더라도 자신의 공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뽑아서 적어 보관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재빨리 넘어가야 한다. 이렇게 독서하면 백권이라도 열흘이면 다 읽을 수 있고,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다.


저도 역시 위에 정약용 선생님의 글을 노트에 필사하였습니다. 여기서 저는 이 책을 읽고 한가지 더 추가해본게 있는데요. 필사 혹은 제 생각을 쓰면서 입으로 읽고 다시 제 귀로 들어가게 하는 방법입니다. 눈으로만 보는 것은 손과 입이 추가된 독서와는 기억면에서 그 효과가 적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많은 감각이 동원된다면 장기기억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초서 독서법의 취지를 확실히 이행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저자 역시 책을 읽었으면 글로 써보는 것을 핵심으로 초서 독서법을 권하고 있습니다. 꼭 책에 대해서만 권하는건 아닙니다. 무슨 글을 읽었든지 이런식으로 글을 보는 흐름을 정리한다면 저자의 의도대로 상당한 수준의 독서 효율을 볼 수 있을거라고 저도 생각이 듭니다. 

또한 초서독서법은 꽤나 능동적인 독서법입니다. 책을 읽고 이해하여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취사선택하고, 비판하고, 의식을 확장하고, 생각을 넓혀가는 적극적 자세를 가진 독서법입니다. 책을 읽을때 겉으로 보아서는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는 것 같지만 머릿속에서는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급박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초서독서법은 쓴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손은 바깥으로 드러난 또 하나의 뇌라고 칸트가 표현한 것처럼 무언가를 쓴다는 행위는 읽은 것을 내 머릿속의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서 분류하고 담고 포장하여 최종적으로 바깥으로 꺼내놓는 일련의 작업중의 가장 중요한 공정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생각만으로 그치면 그것은 생각이지만 생각을 물리적 텍스트로 표현해놓으면 일단 현실밖으로 나온 그 글자는 우리의 생각을 반은 현실에서 실현시킨 결과 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초서 독서법의 단계로 5단계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1. 입지(立志) : 스스로의 뜻과 목표를 정한다.(책을 읽기전 의문을 만들어 써본다)
  2. 해독(解讀) : 읽고 이해한다. (책 내용은 무엇인지, 저자의 주장과 핵심에 대해 써본다)
  3. 판단(判斷) : 취사선택(내용중 내가 얻을것과 버릴것을 저울질 해본다)
  4. 초서(抄書) : 얻은 지식과 견해를 정리해 확립하여 쓴다.
  5. 의식(意識) : 의식 확장(창조, 정교화 단계)을 통해 누군가에게 설명하듯 글로 기록한다.

제가 밑줄친 곳을 보시면 전부 뭔가를 써본다, 해본다, 기록한다 는 독자는 단순히 책을 눈으로 읽는것이 아닙니다. 책을 쓴 저자와 가상의 대화를 주고 받으며 능동적으로 행동을 취해야만 온전히 책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있다고 보는게 맞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숙련된 독서가가 아니라면 생각과 사색을 할 수 있는 강제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텍스트를 읽으면 머릿속의 '생각 공장'이라는 곳에 재료를 투입해야지 그냥 그대로 포장해서 상품으로 내놓아봤자 그것이 나만의 특색이 있는 상품은 아닙니다. 나만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무언가를 첨가하고 다른 공정을 추가해야 옆에 있는 다른 상품 공급자와는 다른 기발한 제품을 꺼내놓을 수 있는 것입니다.


초서 독서법은 또한 뇌(Brain)를 바꿀수 있는 독서 방법중의 하나라고 설명합니다. 우리가 몸에 가지고 있는 장기들은 쓰면 쓸수록 원래 가지고 있던 기능을 상실해갑니다. 하지만 단 한가지 뇌만은 조금 다릅니다. 뇌는 신경가소성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재구성이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새로운 건물도 짓고 길도 닦고 마치 도시재생사업을 하는 것처럼 우리가 태아때 신도시 개발을 하는 것과는 다르지만 어쨋든 진화의 방향으로 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눈으로만 읽는 독서를 한다면 시간은 시간대로 버리고 머릿속에 지어진지 수년이 지난 것들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생산적인 독서가 되지 못합니다. 초서 독서법을 통하여 손을 써가며 생각할거리를 눈을 통해 뇌로 넣어주고 뇌가소성에 의해 뉴런(neuron)들은 시냅스(synapse)도 연결하고 하면서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인간이 무언가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력해온 인류의 역사처럼 말이죠. 당신도 그 역사의 한부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계셔야 합니다.

 바쁜 뇌는 진화의 방향으로 흘러갈 수 밖에 없습니다.(항상 바뻐야 한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뇌도 휴식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무기력한 뇌는 인간이 가진 특성상 퇴화의 길을 걸을 수 밖에는 없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이 초서 독서법을 꼭 정확하게 따라할 필요는 없겠지만 이러한 독서법을 기본으로 잡고 책을 본다면 몸, 생각, 마음 적으로 성장해 나아갈 수 있는 독서를 이어나가실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읽기는 쓰기의 기초이며 쓰기는 읽기의 연장이다. 읽기와 쓰기는 본래 하나이며 서로 보완하는 개념이다. 양쪽 모두 균형 있게 공부해야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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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 '초서 독서법에서 발췌하여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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