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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of Think/에세이

[에세이] 모기(살아가려고 하는 생명들의 처절한 싸움)

by DaybreakerForWhat 2019. 8. 23.

 책을 보려고 새벽 3시정도 부터 일어나 이 시간의 특권인, 적막한 귀뚜라미 소리에 은근 집중도 향상에 도움을 받으며 책을 읽어나가고 있었습니다. 근데 귀에서 위잉 하면서 반갑지 않은 방해꾼이 나타났습니다. 그리 덥지도 않았고 요즘들어 시원해진 날씨 덕에 고마움을 한창 느끼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모기 소리를 듣자마자 몸의 온도가 올라가며 열을 발산하기 시작 했습니다. 

모기에게 한방 쏘인다고 제 생명이 어찌되는것은 아니겠지만, 저의 유전자 깊숙한 기록에서부터 나오는, 마치 사나운 맹수라도 길에서 마주쳤던 때를 기억이라도 하는 것처럼 몸의 긴장 상태를 상당한 수위로 스스로 올리는게 느껴졌습니다. 

이에 반해서 또 다른 생명하나가 굶주린 배를 채우라는, 그도 그 나름대로의 유전자에 충실하며 어느 한 인간이 발산하는 이산화탄소와 암모니아 냄새를 쫓아서 날아갑니다. 

기회는 많지 않습니다. 안 물릴려는 인간이나 물려고 하는 모기는 필사적입니다. 상대적 약자는 모기입니다. 한방울의 피와 자신의 목숨을 바꿀수도 있습니다. 그냥 편하게 식물의 즙이나 이슬 같은것만 먹고 살면 편할것을 왜 자신도 모르게 목숨을 담보로, 불나방처럼 불속으로 뛰어들고 있는지 자신도 잘 모르겠습니다.

본능입니다. 굳이 본능을 좇아 동물(인간)의 혈액을 먹지 않아도 자기 목구멍에 풀칠하는데는 썩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기 자신이 품고 있는 알들을 위해서라도 동물성 단백질이 필요합니다.


 둘 중 누구의 본능에 대한 크기가 더 크냐를 따지는 것은 무의미합니다. 그 크기가 크게 다르지 않은 인간과 모기의 종족 보존에 대한 욕구, 이것은 단순히 배가 고파서, 피를 먹히고 싶지 않아서 때문만이 아닙니다. 단편적으로 보이는 현상들 속에 숨겨진 진짜 이유와 진실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아기들을 위해서 인간의 혈관에 주둥이를 꼽고 피를 끌어내는 것이 단순히   많이 먹으려는 차원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살아야하겠죠. 모기에 물린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간밤에 모기에게 10여군데가 물려서 여기저기 부어오른 나의 아기를 위해서라도 이 모기를 꼭 잡아야합니다.

그 모든 복잡한 과정들을 지닌채 모기는 저와의 20여분간의 쫓기고 쫓는 추격전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결국엔 지금 내 앞의 이 모기가 한것은 아니지만 나의 새끼를 여기저기 부어오르게 만든 분노를 나의 손에 한껏 담아내어 제 어깨에 나름 살포시 내려앉은 모기를 내리치며 결말에 도달하게 됩니다. 

목숨과 본능을 건 싸움은 이렇게 끝이나고 저는 다시 책을 들려다가 이렇게 글을 써봅니다. 이제 몸에서 열도 안나고 심장 박동도 정상수치 인듯 합니다. 이 글을 마치려는 이 순간, 제 귀의 본능에서는 또 위잉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다시 본능에 충실한 생명들끼리의 생의 사투를 벌이러 가야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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