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의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우리나라의 기준 금리의 변화를 연도별로 한눈에 알 수가 있습니다. 최근 들어서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오르고 저만 해도 대출(빚)이라면 고개를 저으며 절대로 받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사실은 어딘가에서 돈을 빌려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죠)
근데 최근 들어서 대출을 받게 되었습니다. 경제나 금리에 관한 책들을 보면서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면서 내가 굳이 부채를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은 바뀌었습니다. 사실은 이 사회에서는 부채라는 것이 필수라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부채(빚)이라는 것은 자본 사회에서는 통화량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시중에 그만큼의 돈이 도는 것이죠. 우리가 소득을 받는 것도 결국에는 누군가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 돈을 빌려 우리에게 주는 것입니다.(물론 공짜로 뿌려주는 건 아니죠) 그리고 우리도 누군가에게 돈을 빌리게 되고 그 돈을 가지고 어떤 영역이든 사용하고 그 영역에 있는 사람들은 다시 금융권이나 투자회사에 돈을 넣게 되고 이것이 다시 어떤 이가 빌려가게 되면서 통화량은 증가하게 됩니다.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통화량은 꼭 증가해야 자본주의 사회가 성장을 이룬다라고 말한다면 은행의 낮은 이자율이 이해도 되겠다고 말입니다. 은행의 이자율이 낮다는 건 돈을 더 쉽게 빌릴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꼭 이것이 경제 상황이 좋아서 나온 것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현재의 좋지 않은 흐름을, 돈을 잘 안빌리려는 심리를 금리를 낮춰서라도 대출해주려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돈을 빌리는 것도 소득(또는 담보)이 받쳐줘야 하기 때문에 금리만 낮춘다고 사람들이 무조건 부채를 만들지는 않을 겁니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돈을 빌려가고 신용팽창이 이루어져야 자본주의 사회는 성장 할 수 있는 게 사실은 핵심입니다.
사람들이 돈을 대출 받기가 용이해진 정도의 금리 수준으로 받으면 그 돈을 이용해 자산을 구입하고 자산의 가격이 오르길 기다립니다. 이자를 내면서 말이죠. 하지만 만약에 더 이상 돈을 빌리려는 수요가 부족해진다면 자산의 가격이 떨어지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 기간 동안도 이자는 꼬박꼬박 내야 합니다.
이러한 불로소득만을 노리는 상황이 '올바르다'라고 볼 수는 없지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의 흐름, 곧 신용팽창(통화량 증가)이 지지부진하다면 성장이 그 자리에 멈추게 됩니다.
자본주의는 기차?
자본주의 사회는 마치 약간 산만해 보이는 산비탈을 올라가는 기차와 같습니다. 이 기차는 브레이크가 없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래서 적절히 조절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멈춰버리는 순간이 오면(성장 정체) 브레이크가 없는 기차는 다시 아래로 방향을 바꾸어 내려갈 수도 있습니다.
이 때는 다시 연료(돈)를 공급하거나 밀어서라도 억지로 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자본주의 사회가 끊임없이 성장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처음에는 잘 살기 위해서 자본 시스템을 채택하여 꾸준히 성장을 추구했지만 요즘과 같은 저성장의 시대에는 적어도 퇴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억지 견인이라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연료(돈)가 정확히 기차의 엔진을 돌리는데 효율적으로 100% 사용되지는 않습니다. 그 기차의 성능과 기차에 탑승해 있는 사람들의 심리와 의지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죠. 경제 발전을 위해 좀 더 생산적인 일과 창조적인 부가가치를 만들어내 10의 연료로도 20의 연료가 들어간 것처럼 뻥튀기되는 좋은 효율을 가질 수가 있습니다.
반면에 겉으로 보기에는 기차가 앞으로 나아가긴 하는데 이건 10의 연료로 5의 효과도 겨우 내는 것일 수 있습니다. 비효율적이죠. 무언가 생산적이며 창의적인 것보다 부동산과 같은 자산을 이용한, 겉으로 보이는 자산 불리기가 이런 비효율을 갖는 경제 성장을 이끈다고 할 수 있습니다.(아예 자산 가치의 상승이 없어야 한다는 건 아닙니다)
비효율적이라 해서 이것을 막기 위해 연료를 넣는 것(통화를 늘리는 수단:금리, 소득)을 중단해서는 안됩니다. 경제학자 하이먼 민스키는 금융 불안전성을 말하면서 통화율 증가의 하락만으로도 경제에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신용경색이 오는 겁니다. 신용이 기본 바탕인 자본주의 사회에서 믿지 못한다는 것은 시스템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는 원치 않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디플레이션 같은 상황 말이죠.
오늘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통화량이 왜 늘어날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 말해 보았습니다. 생명을 가진 유기체에 대해서는 성장을 하지 않으면 남은 건 그냥 정체일 뿐입니다. 하지만 자본주의 시스템은 '성장을 멈춘다'라는 것은 '다시 돌아간다'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디로 돌아갈지는 가보면 알겠지만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도록 이 사회는 어떻게든 노력하기 때문에 저도 그렇고 모두들 이 사회 시스템 안에서 스스로 방법을 찾아서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성장은 생명의 유일한 증거이다."
- J. H. 뉴먼 -
오늘도 부족한 글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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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책 '돈의 감각' 에서 발췌하여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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